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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구단 제주도? 돌하르방 말고 야구방망이 들 시간

by editor4829 2025. 5. 14.

KBO 최초의 섬구단, 제주도는 로망일까 리스크일까?

제10구단 제주도? 돌하르방 말고 야구방망이 들 시간

‘제주에 야구단 생긴다더라’는 소문이 돌면, 야구팬들 반응은 딱 둘로 나뉜다. “우와, 제주 원정 좋지!” 하는 사람과 “우와… 비행기값 내 돈 내산이야?” 하는 사람. 야구단 하나 생긴다는데, 벌써부터 여행 가방부터 챙기는 팬과 항공권 가격 걱정하는 팬이 공존하는 이 풍경. 제주도의 매력은 바로 이 양면성에 있다.

사실 KBO 리그가 생긴 이래, 진짜 섬을 연고로 한 팀은 한 번도 없었다. 경기 일정, 이동 거리, 장비 수송 등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항상 ‘섬은 꿈’에 그쳤다.

하지만 이제는 항공 인프라도 좋아졌고, 팀이 적당한 스폰서만 잘 붙는다면 굳이 서울·부산·대구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다. 제주도는 그동안 축구(K리그 제주 유나이티드)도 운영해 왔기 때문에, 프로 스포츠에 대한 지역민의 이해도도 높은 편이다.

또 하나, 제주도만의 관광 인프라는 어마어마한 장점이다. 서울서 야구 보러 가자고 하면 “아니, 너 혼자 갔다 와…” 소리 듣기 십상인데, 제주도 야구는 “헐, 진짜? 그럼 같이 갈래!”라는 반응이 나온다. 야구 경기 + 여행이라는 조합이 가능한 몇 안 되는 도시다. 팬심과 가족여행을 동시에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마법의 땅이라는 뜻이다.

문제는 운영 측면이다. 구장을 짓기 위한 부지 선정, 시설 확충, 특히 기후가 가장 큰 변수다. 제주도는 강풍과 잦은 비, 그리고 봄가을에도 심술부리는 날씨가 꽤 많다. 야외 구장으로는 일정 운영이 매우 불안정할 수 있다. 실내 돔구장을 짓는다는 계획이라면 또 다른 예산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도 ‘KBO 최초의 섬구단’이라는 상징성 하나만으로도 이 시도는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 과연 돌하르방 옆에 야구장, 가능할까?

제주도민의 스포츠 열기, 야구도 데워질 수 있을까?


제주도는 조용한 섬이 아니다. 이곳도 나름의 스포츠 열기가 있다. 대표적으로 제주 유나이티드는 제주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구단이고, 주말 홈경기에는 가족 단위 관중이 꽤 꾸준히 찾아온다. 문제는, 그 열기가 야구로도 이어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사실 제주도는 야구 인프라 자체가 다른 도시들에 비해 약한 편이다. 고교 야구나 사회인 야구팀 수가 적고, 리틀야구단도 타 도시 대비 밀집도가 낮다. 야구단을 창단한다면, 단순히 1군 운영만이 아니라 지역 전체 야구 생태계 확장이라는 장기 플랜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야구단이 지역 리틀야구 리그를 후원하고, 고교 야구팀에 코치를 파견하거나, 캠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지역 밀착형 운영’이 핵심이다.

또한 제주도는 도민이 약 70만 명 수준인데, 이는 수도권이나 대도시보다 팬 풀(pool)이 작다는 뜻이다. 따라서 제주 야구단이 성공하려면 단순한 ‘지역 야구팀’이 아닌, ‘국내 야구팬의 제2 응원팀’ 같은 개념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전국구 팬 확보가 필수인 셈이다.

여기서 다시 등장하는 게 바로 관광객이다. 이들은 시즌 중 매 경기마다 새로운 얼굴로 구장을 채워줄 수 있는 ‘유동 관중’이다. 마케팅만 잘하면 이들도 충분히 팬으로 전환될 수 있다.

도민을 단단히 붙잡고,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야구 저변까지 넓히는 3단 콤보. 제주도에서 야구가 성공하려면 이 정도는 해줘야 한다. 가능성? 물론 있다. 다만 “야, 우리 돌하르방에 야구 모자 씌우자!” 같은 귀여운 이벤트에 그치지 않으려면 전략이 필요하다.

돈은 누가 낼까, 야구단 운영 가능한 기업 후보는?


이쯤 되면 가장 현실적인 문제가 남는다. 바로 돈. 구단을 만들고 유지하려면 수백억 원의 자본이 필요하다. 단순히 구장만 짓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선수단, 운영 인력, 마케팅, 2군 및 유소년 시스템, 그리고 갑자기 FA 시장에서 “이 선수 꼭 데려와야 해!”라고 마음이 동할 때 써야 하는 급박한 돈까지, 매년 ‘계획된 과소비’가 이어져야 한다.

제주도에는 대기업 본사가 거의 없다. 이 말은, 야구단 운영을 맡을 스폰서 기업이 마땅치 않다는 뜻이다. 대신 중견기업들이나 외부 대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항공사(특히 제주항공), 숙박업계, 그리고 지역과 연계된 대기업 계열사들이 유력하다는 전망도 있다.

예를 들어, “제주항공이 메인 스폰서가 되면 선수단 유니폼에 비행기 마크 달리나?”라는 농담이 돌기도 한다. 웃기지만, 진짜 그렇게 될 수도 있다. 또한 제주도청이 전폭적으로 지원하면서 ‘도민 야구단’ 형태로 출범할 수도 있고, 복수의 중소기업이 컨소시엄 형태로 운영하는 모델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해외 사례를 봐도 지역 경제에 기여하면서 ‘브랜드 가치 상승’을 노리는 기업들이 스포츠단 운영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제주도의 특성상, 야구단 운영은 단순 스포츠 이상의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제 관광도시 이미지, 콘텐츠 IP 확장, 문화 이벤트 연계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즉, 제주도에 제10 구단이 생긴다면 그것은 단순한 ‘팀 창단’이 아니라, 지역 전체가 움직이는 ‘프로젝트’가 되어야 한다. 돈은 큰 문제지만, 잘 설계하고 매력적으로 포장한다면 충분히 끌어올 수 있는 자본이다.